ㆍ시청자 호응 음악차트 진입도… 제작진 "대본보다 힘든 작업"
드라마에서 사용되는 음악의 역할이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분위기를 돋우는 배경음악이나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을 강조하는 수단, 혹은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극을 이끌어가는 '화자'로서의 역할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시작한 tvN 금·토 드라마 <아홉수 소년>에서다. 이 드라마에는 올해 각기 39, 29, 19, 9세를 맞은, 한집에 사는 다양한 세대의 남자들이 등장해 억세게 운 나쁜 '아홉수'의 좌충우돌하는 삶과 사랑을 보여준다. 여기서 4명의 남자 주인공을 잇는 5번째 주인공으로 꼽을 만한 것이 �! �로 음악이다.
▲ 니 앞에 서면 그냥 난 작아지는 것 같아
왜 그런지 난 모르겠어 넌 신비한 마법같아
- 드라마 '아홉수 소년' 삽입곡 '바보'
▲ 바람에 날리던 머린 유난히도 눈부시게 예뻤었는데
해맑게 웃던 모습은 아이같아 내가 정말 좋아했었어
- '아홉수 소년'의 '그 봄, 니가 분다'
29세 강진구(김영광)는 회사에서 소문난 바람둥이다. 하지만 정작 속마음은 동료 마세영(경수진)을 향한 짝사랑으로 끓어오른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1회에서 마세영을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강진구의 쓸쓸한 표정 위로 커피소년의 '바보'가 흘렀다. '경험 많고 감성적인 난 사랑의 전문가/ 하지만 니 앞에 서면 그냥 난 작아지는 것 같아/ 왜 그런지 난 모르겠어 넌 신비한 �! ��법같아'.
이들의 관계나 마음을 암시하�! �� 대사 없이도 노래를 통해 강진구의 심리상태가 정확히 표현됐다. 강진구의 외삼촌이자 음악방송 PD인 39세 구광수(오정세)가 책 <신문방송학 개론>을 살펴보며 대학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나온 음악은 아날로그 썬데이의 '그 봄, 니가 분다'였다. '바람에 날리던 머린/ 참 유난히도 눈부시게 예뻤었는데/ 해맑게 웃던 모습은/ 꼭 아이같아 내가 정말 좋아했었어'.설레는 사랑의 감정을 정확하게 묘사한 노랫말은 구구절절 대사로 설명하지 않아도 구광수의 풋풋한 첫사랑을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해줬다. 유도선수인 19세 강민구(육성재)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갈릭스의 '잘생겼잖아'가 깔린다. 폼생폼사, 허세, 겉멋으로 가득 찬 그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설명해준다.
이쯤 되고 보면 드라마에 사용되는 음악은 내레이션에 가깝다. �! �만한 상황설명은 음악으로 진행되는 '주크박스'(이미 알려진 대중적인 음악을 가져와 형식과 내용에 맞게 엮음) 드라마인 셈이다. 그렇다고 억지스럽지도 않다. 음악은 톡톡 튀는 대사, 발랄한 연출방식과 어울려 드라마 속에 딱 맞게 녹아든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비긴 어게인>이 음악을 활용하는 방식과도 비슷하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들었던 제작진은 추억 대신 현재를 이야기하는 드라마를 기획하면서 음악을 대사처럼 활용하는 드라마를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주크박스 뮤지컬을 통해 얻었다. 다양한 음악 장르 중에서도 인디를 선택한 것은 감각적이면서도 일상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빚어낸 노랫말 때문이었다.
드라마 한 편에 삽입되는 곡은 10~12곡 정도다. 재주소년의 '러브레터' '유년에게', 피터팬컴플렉스의 '봄봄봄' '너는 나에게', 모던다락방의 '첫사랑', 빌리어코스티의 '한참을 말없이', 루와의 '니가 날 이해한다면', 꽃잠프로젝트의 '사랑이야기', 박새별·이한철의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 십센치의 '마음' '이제 여기서 그만', 더필름의 '예뻐' 등이 소개됐다. 덩달아 드라마에 나오는 음악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엠넷차트 인디분야에서 40위권에 머물던 스탠딩에그의 '고백'은 드라마가 방송된 뒤인 지난달 31일 9위까지 순위가 올랐다.
유학찬 PD는 "노랫말이 대사와 다름없다보니 대본작업만큼이나 적합한 음악을 찾는 것이 만만찮은 작업"이라면서 "배우들도 대사없이 표정과 행동만�! �로 감정연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Source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9022127015&code=9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