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왜군들은 가상 배우 '디지털 액터'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일일이 손봐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최민식)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말한다. <명량>의 컴퓨터그래픽(CG) 작업팀은 이렇게 말한다. "신에게는 단 8척의 배가 있습니다"라고. 영화에 나오는 12척의 조선배와 330척의 왜선 중 영화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배는 단 8척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다 CG다.
<명량>에는 <아바타>처럼 가상의 생명체가 나오거나, 킹콩처럼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커다란 동물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명량>은 CG를 빼면 존재할 수 없는 영화다. 후반부 전투신 1300여컷 중 단 10! 0컷 정도만 CG가 들어가지 않았을 정도로 모든 부분에 CG가 활용됐다. 화면을 빽빽이 채우는 배들도, 살아있는 듯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울돌목의 회오리 물살들도 모두 CG로 만들어졌다.
<명량>의 CG작업을 맡은 '매크로그래프'의 강태균 실장(VFX 슈퍼바이저)과 CG 기획 과정에 참여한 박성용 실장을 만나 <명량> CG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명량>의 CG작업을 맡은 '매크로그래프'의 강태균 실장(왼쪽)과 박성용 실장. | 이선명 기자
강 실장은 "영화를 위해 실제로 만들어진 배는 총 8척"이라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이 타고 있던 판옥선 2척, 왜군의 세키부네 4척, 안택선 2척이다. 절반은 외형이 밑단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져 바다 촬영에 사용됐다. 절반은 윗부분을 튼튼하게 만들어 수조 내에서 특수기구인 김블 위에 띄워놓고 찍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나머지는 모두 CG가 채웠다. 얼핏 생각하면 하나의 배를 만들고 나머지는 화면에 복사해서 붙여넣기하면 될 것 같지만, 수백척의 배로 화면을 채우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강 실장은 "각 배마다 사람과 물건을 CG로 올려놓고 움직임에 베리에이션(변주)을 줘야 해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330척의 배 위에 있는 왜군들은 모두 CG를 통해서 하나하나 만든 가상의 배우 '디지털 액터�! ��들이다. 이들의 움직임이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움직임을 다 다르게 만져줘야 한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이나 물살에 흔들리는 돛과 노의 움직임도 실제와 같이 변주를 줘야 한다. 강 실장은 "한 배에 45명만 올려도 배가 열 척이면 모두 450명인데 그 많은 사람을 일일이 만지며 자연스럽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병력단과 전투신 외에 가장 크게 공을 들인 것은 울돌목의 회오리치는 물살이다. 김한민 감독이 <명량>의 제목을 원래는 <명량:회오리 바다>로 정했을 만큼 <명량>에서는 울돌목의 회오리치는 물살이 강조되고 있다. CG팀은 전남 진도 울돌목에 6차례나 내려가서 물살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울돌목의 물살은 음력으로 1일, 16일쯤이 가장 빨라요. 영화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회오리도 생기지요. �! ��잔한 바다와 한쪽 방향으로 흐르는 조류가 만! 나는 부분이 있어요. 거기서 물살이 감아 돌면서 회오리 모양이 되는 거예요. 이를 영화에서는 극대화시켜 표현했죠."
회오리 물살에 빨려 들어가는 판옥선을 백성들의 조각배가 끌어내는 명장면도 사실은 잔잔한 물살 위에서 촬영된 것이다. 3척의 조각배는 CG에 의해서 사람이 가득 탄 9척으로, 잔잔한 물 위에 떠 있던 판옥선은 회오리 물살에 빨려 들어가는 상태로 변했다. 조각 난 채로 회오리 물살에 빨려 들어가는 세키부네도 모두 CG에 의해 만들어졌다. 강 실장은 "회오리 물살 장면과 판옥선이 세키부네를 부수는 '충파'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영화 <명량> 전투신의 한 장면. CG작업을 하지 않은 전투장면이다.
위 사진과 같은 장면이지만 바다에 많은 전함들이 들어가 있다. 모두 CG로 삽입해 사실감을 더했다. | 매크로그래프 제공
은 한국영화의 CG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에서 CG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쯤이다. (1994), (1996) 등에서 벽을 통과하는 장면 등이 CG를 통해 구현됐다. 하지만 CG는 촬영으로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는 부분을 보조하는 것으로만 인식됐다. 박성용 실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영화 시장이 커지고 CG를 많이 사용할 만큼 많은 자본이 투입될 수 있는 영화들이 나오면서 CG 기술이 활용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도 구현할 만한 기술은 있었지만 영화에 쓰이지 못하고 있던 것이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기부터 (2004), (2005), 괴물(2006) 등 CG 기술이 돋보이는 대형 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 영화시장에서 한국의 CG 기술을 찾는 손길이 많! 아졌다. '매크로그래프' 역시 지난해 중국에서 크게 흥행한 주성치의 <서유항마편>과 올해 개봉한 <몽키킹3D> 작업에 참여했다. 박 실장은 "한국의 CG 기술은 결코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CG 기술 수준도 높지만 빠른 작업 속도와 끈기, 성실함이 한국 CG 작업자들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Source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132059395&code=9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