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극 <괜찮아, 사랑이야>에는 불안 장애를 안고 사는 정신과 의사 지해수(공효진)가 등장한다. 남성과 키스라도 할라치면 몸이 떨리고 불안해진다. 섹스는 꿈도 꾸지 못한다.
어렸을 적 목격한 어머니의 불륜 장면이 깊은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남녀 사이의 키스는 더러운 것, 섹스는 끔찍한 것이라는 인식이 해수의 머릿속 깊숙이 박혀 있다. 그런 해수가 까칠한 추리소설 작가 장재열(조인성)을 만나 장애를 극복하고, 사랑의 가치를 깨달아간다.
그동안 의학드라마 속 의사는 초인적인 존재로 그려졌다. 1994년 MBC <종합병원>이 문을 연 이후 의학드라마는 수술해야 할 환자의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를 보여주고 의사! 가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지에 집중했다.
전형적인 영웅 서사구조다. 이 같은 흐름은 줄곧 이어졌다. 지난해 방송된 MBC <메디컬 탑팀>은 각 분야 최고의 의사들이 모인 의료 협진 드림팀 탄생 과정을 그렸다. 한마디로 의사가 영웅이 되는 이야기다. 여기에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권력암투가 끼어들면 의사의 초인적인 의지는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2007년 방송된 MBC 드라마 <하얀거탑>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2012년 방송됐던 의학드라마 <골든타임>의 한 장면. <골든타임>은 열악한 한국 응급의료체계의 현실을 꼬집어 사회고발 기능을 하기도 했다.
그랬던 의학드라마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의사를 영웅이 아니라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보통 사람으로 그리는 것이 그렇다. 전문가들은 KBS2 드라마 <굿 닥터>(2013)가 포문을 열었다고 분석한다. <굿 닥터>는 서번트 신드롬(자폐증 등의 발달 장애를 갖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드러내는 것)을 앓는 박시온(주원)이 본인의 의지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장애를 극복하며 소아외과 의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의사들도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아픔이 있고 불완전하다는 설정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는 시온의 모습은 우화적인 분위기를 더해 기존 의학드라마가 선보인 영웅 서사구조의 위압�! ��인 내러티브와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의사를 결점 있는 인간으로 설정하는 것은 외국 드라마에서는 이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8번째 시즌까지 제작된 미국의 의학드라마 <하우스>는 괴팍한 약물중독 의사 그레고리 하우스(휴 로리)가 주인공이다. 모든 병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환자의 움직임만으로도 어디가 아픈지 알아채는 능력자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는 의학드라마 <더 닉>의 주인공도 코카인 중독으로 나온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선영씨는 "여기에 <그레이 아나토미>가 보여준 평범한 인간들의 성장서사가 로맨스적인 터치와 더해진 것이 <괜찮아, 사랑이야>다"라며 "위로받고 싶은 현대인들의 힐링에 대한 욕구도 건드�! ��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의학드라마의 새로운 변화는 사회고발적인 기능도 숨어 있다는 것이다. 2012년 방송된 MBC 드라마 은 열악한 한국 응급의료체계의 현실을 꼬집은 바 있다. 는 정신질환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지 않고 소통이 부재한 사회가 유발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마음의 병을 가진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줄 것을 요구한다. 극본을 쓴 노희경 작가는 "마음의 병을 미쳤다고 손가락질하지 않고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행동들에 대해서 그냥 지나쳐주는 배려를 시청자들이 가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말했다.
Source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112056095&code=960801